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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야구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프로축구야 아버지가 예전에 일화에서 일하셨던 탓인지 성남을 좋아해서 가끔 보곤 했습니다만, 프로야구는 텅텅 빈 관중석을 보며 왜 이렇게 인기가 없을까 싶기도 했고(물론 그건 제가 본 일부의 경기겠지만), 좋아하는 팀도 없었으니 야구하면 다른 채널을 돌리기 일쑤였지요. 작년의 코나미컵을 손에 땀을 쥐고 본 이래로는 말입니다. 이래저래 해서 다시 봄이 되었고, 프로야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언제나 봄은 오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그렇게까지 변하진 않지만, 올해의 롯데는 달랐습니다. 그 실력에 부응하듯 야구보는 사람들중에 80%정도 되는 저의 지인들은 모두 롯데를 응원했고, 저는 그제서야 제 주위에 부산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하고 실감했었습니다-_-; 사실 이사람들도 지금이나 예전이나 열심히 롯데를 응원했겠지만, 꼴데의 오명을 벗지 못한채 이래저래 또 패배, 패배의 연속을 거듭하며 실망을 금하지 못했었겠지요. 저는 누군가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같이 맞장구쳐주고 공감해주길 좋아합니다. 그로 인해서 상대가 더 기뻐하면 왠지 모르게 저 또한 기쁘거든요. 언제부터인가 IRC를 하면서 지인들과 같이 롯데 경기를 보게 되고, 응원하게 되었고, 가슴도 졸이고, 실책 나오면 욕도 하고 그러면서 지냈습니다. 지금은 선수들 이름과 애칭같은건 왠만큼 꿰게 되었지요. 전 사실 롯데라는 팀 이전에 그 팬들이 좋습니다. 부산팬, 아니, 롯데팬들의 열기는 정말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한국에서 대체 어느 스포츠를 보면 결승이 아닌 시즌경기에 암표가 나돌아다니는 경기를 볼 수 있을까요. 그 열정이 좋고, 구수한 욕도 좋고, 안타까운 탄식, 환호, 노래, 모든게 좋습니다. 특히 삼성과의 메모리얼 데이 경기는 지금도 종종 리플레이 해줄 정도로 감명깊게 봤지요. 경기 내용도 멋졌지만, 그 귀따갑도록 환호하는 모습이 제 자신의 일같을 정도로 좋습니다.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듯한 이 느낌은 마치 월드컵때를 연상시키는 듯한 그것에도 가깝습니다. ......라는 다소 저답지 않은 글은 그만 쓰도록 하고,..... ............ 저희 계장님도 롯데 팬이십니다. 그래서 항상 경기가 있는 날이면 여섯시 반에 오셔서 "야구 안하냐? 롯데 경기 보자~" 하고 채널을 돌리시곤 하지요. 물론 팬인 저로서는 불만없이 채널을 돌려드리곤 합니다. 오늘은 이상한 대량의 문서작업때문에 스티커를 오리고 붙이고 해야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이것을 해야하니 당연히 바닥이 더러워지는건 당연. 근무실 상황은 개판이었습니다. 종이조각 이리저리 널리고 스티커는 바닥에 쳐붙고.... 하지만 누구 하나 치우려 할 엄두를 못냈습니다. 단순노동을 해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일 하나를 반복하면 진짜 떡되도록 지치고 피곤하거든요. 어떤 일이든 간에.... 주사님이 먼저 퇴근하면서 이거 좀 치우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뭐 어찌됐건 이걸 치우긴 언젠가 치워야겠지만 문제는 "언제" 냐는거였죠. 처음엔 "아 시발 배째 이걸 어떻게치워 내일 치우자" 하고 일관하던 형들도 슬슬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불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사님한테야 오늘 일의 고됨을 아니까 어떻게든 변명이 되도, 계장님은 사정을 모르시니 노발대발 하실게 분명했지요. 더군다나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는걸 선호하는 그 성격을 생각해 보면.... 이미 이야기는 끝난거죠. 하지만 이때가 6시 10분. 아직 계장님이 오시기까진 20분의 여유가 있으니까 모두들 퍼질러져 있었습니다. 전 스티커로 진득한 손바닥을 좀 씻을려고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 계장님이 이쪽으로 오시는겁니다 전 그걸 보고 재빨리 계장님 오니까 빨리 청소하라고 얘기한후 문을 걸어 잠그라고 한채 애써 태연한척 있었습니다. 하지만 태연할리가 없겠지요. 계장님이 오더니 한마디 하십니다 "너 왜임마 똥싼놈처럼 서있냐? 안에 안들어가? 같이 야구나 보자" "계....계장님 아직 20분이나 남았는데 벌써 오셨어요?" "야이놈아 야구는 분위기가 제일이야 팬들 뭐하고있는지 빨리 봐야지" 하고 지나치시려 하십니다 저는 필사적으로 그걸 막으며 "아이고 오늘은 왜이리 서두르십니까 저 커피나 한잔 사주고 들어가세요" 하고 넉살좋은척 말을 건냈습니다 "이놈아 니가 뭐가 이쁘다고 커피를사줘" 하고 얘기를 하시지만 저는 딴청을 부리며 "어제는 민한신이 삼진을 열두개나 잡았지요~" "뭐? 민한신이 뭐냐? 손민한?" "에이~ 계장님도~ 롯데팬이면서 민한신이라는 호칭을 모르세요~?" "허허... 민한신...? 거 이름 재밌네. 야 손민한 생각하니까 기분좋다. 음료수나 하나 뽑아먹자" 하며 같이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거기서도 어제 경기얘기를 하며 실컷 시간을 끌어봤지만 10분이 고작 6시 20분이 되어 다시 상황실에 들어가는 마음은 오직 청소가 제대로 되있길 바랄 뿐이었습니다 "휴....." 인간은 마감시간이 다가오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고 하지요. 도저히 손도 못댈 청소량을 형들이 모두 다 끝내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야? 오늘 방이 왜이렇게 더럽냐?" 하시는 계장님의 호통에 이러이러한 설명을 하고 내일 마저 치우겠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래도 아직 덜 풀리셨는지 내가 다른건 용서해도 근무지가 깨끗하지 못한 건 용서하지 못한다고 한참 훈계를 하십니다. 분위기는 싸한채로 그대로 시간이 흘러가는데.... 선임형이 제 옆구리를 찌릅니다. 뭐 어떻게든 해보라는 거겠지요. 저는 몰래몰래 안들키게 TV 리모콘으로 다가가서 새끼손가락으로 살며시 야구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마법같이 계장님은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아 맞다 야구봐야지!" 하고 의자에 앉으셨습니다. 저는 눈치를 슬슬 보며 "죄송합니다 이건 내일 마저 정리하겠습니다" 하고 얘기했더니 계장님께선 "야 니가 뭘 잘못했냐 너는 하나도 잘못한거 없다 그냥 내일 정리만 좀 잘 해놔" 하고 사태는 종료 난잘못없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형들이 밥도 사준다 하네요 우왕ㅋ궄ㅋ ........왠지 처음은 거창했던거 같지만 여기까지가 제가 롯데를 싫어할 수 없는 이유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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