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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을 찾으려고 누이의 서랍통을 열었다가, 문득 한 꾸러미의 종이뭉치를 발견했다.
놀랍게도, 그것은 초등학교때부터 빠짐없이 모아온 편지들이었다. 여름방학때 숙제로 했던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 스승의 날의 편지, 최근의 것으로는 대학 선배와 주고받은 편지까지..... 여러가지 편지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 내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편지가 하나 있었다. 지금은 빛이 바랜 산타클로스의 하얀 수염 옆에 써있는, 금박이 풀로 서투르게 쓴 두 영어 단어. Merry Christmas. ......잊을리가 없었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때 주었던 그 카드였다. "이런걸 용케도 가지고 있구나" 하며 조금은 쓴 웃음을 지었다. 가족, 친지들에게 편지 쓰기. 초등학교때 성탄절, 어버이날만 되면 어김없이 하는 행사였다. 부모님께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쓰는 것이 이상하게 들리는 것도 그맘때쯤 깨달았던가. 물론 강제성이 있긴 했다. 쓰지 못한 사람은 집에 돌아갈 수 없다고 했으니. 지금 돌아보면 별별 일이 다 생각난다. 친구에게 나름대로 정성껏 금박이 풀로 편지를 썼는데, 맨 끝에 내 이름만 지워져서 누군가 좋아하는 여자가 자신에게 쓴 건줄 알고 오해를 샀던 일이나, 정작 편지는 잘 썼는데 풀을 너무 세게 붙여서 읽기도 전에 찢어진 일이나.... 지금 생각해보면 간직하고 있는 일기 만큼이나 소중한 일들이다. 대략 10일 뒤면 크리스마스고, 곧 연말 연시가 온다. 이맘때쯤이면 의례적으로든 진심이든 편지가 한통씩 오가게 되기 마련이고, 나도 많진 않지만 몇몇은 받게 되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우체통에서는 찾아 볼 수는 없는 것이고, 컴퓨터를 켜서 수백개의 스펨메일중 휴지통에 들어갈 뻔한 몇몇개를 건져내는 번거로움을 건져 내야 겨우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오랜 친구나 가끔 은사분들도 몇몇 편지를 보내주시긴 하지만, 어쩐지 약간 찜찜한 구석이 있다. 물론 인터넷없이는 하루도 없이 살 수 없는 바쁜 세상이고, 저 편지들이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용이나 비주얼 면으로도 손으로 쓴 편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텅 비어버린 마음 한 구석이 생기는 건 어쩔수 없나보다. 날씨가 굉장히 추워졌다. 앞으로도 쉽게 풀릴 것 같진 않은 날씨다. 몸 뿐만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따뜻하게 해줄 코트같은 편지 한 장 받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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