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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누군가가 세상에서 가장 신선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무엇이라고 대답할 것인가? 어떤 이는 "펄펄 뛰는 생선" 이라고 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이는 "갓 들여온 신선한 야채" 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혹은 "샤워를 하고 나온 여성의 머릿결" 이라는 다소 관능적인 대답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시,촉각적인 감각들 보다 더욱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첫 만남의 기다림" 이다.
기다림. 누구나가 살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보는 단어다. 그 기다림이란 단어 속에, "미학이 존재한다" 라고 말한다면 어떤 말을 들을까. 대부분은 "미쳤다" 라고 하거나, "시간이 더럽게 남는 사람" 이라고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끄럽지만 나 또한 아주 작다 하더라도 그 기다림의 미학을 조금씩 맛보곤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내", 또는 "참을성" 같은 교과서적인 진부한 기다림은 나 역시 싫어한다. 그렇기에 많이 안다 하지 못하고, 조금은 알고 즐길 줄 안다 말하는 것이다. 첫 만남의 기다림. 살면서 느낀 기다림의 미학이란 것을 내세우라 말한다면 겨우 이정도 하나 내걸 수 있다고 하건만은, 이것은 나에게 아주 큰 즐거움을 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0분간. 그때의 기다림은 내가 가진 모든 미학을 말해준다. 어떤 상대방일까 하는 두근거림과 기대감. 주위에 꽃이 있으면 꽃을, 나무가 있으면 나무를 한번씩 바라봐주며 "무슨 말을 건넬까" 하고 생각해보거나. 나에게로 누군가 다가오면 "이사람일까, 저사람일까." 하고 시계를 보는 척 하면서 그를 힐끔힐끔 바라보고 예측해보는 그 맛은, 정말 어디에도 비할바가 없는 감칠맛이다. 그러나, 혹 내가 늦으면 모르거니와, 상대방이 나보다 먼저 와 있는건 나에게는 10분을 더 늦는것만 못하다. 늦지도 않았는데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드는게 그 첫번째 이유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당황스러워서 우물쭈물하게 되는 자신이 싫은게 두번째 이유이다. 그런 만남은 영 싱겁다. 한창 고조되어가는 캠프파이어의 불길에 물을 확 끼얹는것 같아 싫다. 요즘은 이런 기다림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정말 힘들다. 나조차도 저런 기다림 이외에는 먼저 "빨리빨리"를 찾기가 일쑤다. 내년에서야 20으로 들어서는 나지만, 나 역시 PC통신을 거쳐 인터넷으로 들어온 소위 말하는 VT세대에 속한다. 모뎀을 쓰면서 60초에 한번씩 겨우 메세지가 뜨는 일명 "60초 렉"에 걸리기도 했고, 애니 하나를 받는데 420분이라는 시간이 걸리기도 했고, 누군가 전화를 하면 통신 연결이 바로 끊어지기도 했지만, 속도가 느리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고, 30초를 소요하며 통신망에 연결하면서 나는 그 특유의 모뎀 전자음 소리는 정겹기만 했다. 그런 것이 케이블 모뎀으로 바뀌고, 이제는 1초에 10메가씩 받는 엔토피아를 쓰더라도 만족하지 못하는 걸 보면, 정보화 시대라는 것이 사람 참을성만 다 없애버리는 것 같다. 얼마전, 자타가 공인하는 안전제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서 100명의 사망자가 넘는 최악의 열차사고가 발생했다. 1분 30초가 늦었다고 과속을 해서 벌어진 일이다. 그나마 일본인들은 "정시" 라는 약속시간의 개념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 사람들은 어찌보면 그보다 한수 위인 "빨리, 일찍" 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모뎀 시절의 3킬로바이트라는 속도에서, 엔토피아의 10메가바이트라는 속도까지, 그 용량 단위의 차이만큼 우리 사회, 그리고 모든 개인은 병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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